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임재민

세이수미와 친구들 본문

부산 지역 문화/청년잡지 지잡 연재분

세이수미와 친구들

임재민_ 2018. 1. 29. 21:01

세이수미와 친구들

부산의 인디밴드 세이수미(보컬/기타 최수미, 기타 김병규, 베이스 하재영, 드럼 강세민). 이름 그대로 수미가 말하듯 노래하는 밴드다. 부산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사랑하지만 세이수미는 그 누구보다 부산과 광안리를 사랑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 팀이다. 1집 수록곡이기도 한 ‘광안리의 밤’이라는 노래가 세이수미의 광안리 사랑을 들려주고 있다.

세이수미는 지금의 멤버를 재정비한 이후 1집을 내고, EP를 내고, 영국 레이블을 통해 앨범 계약과 투어를 앞둔 채 2집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너무나도 큰 비극이 닥쳤다. ‘광안리의 밤’의 주인공이자, 세이수미의 투박한 듯 정겨운 드럼을 담당하던 드러머 강세민이 사고로 쓰러졌다. 그는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비 모금을 위해 강세민의 독특한 그림들이 실린 일러스트북을 만들었고, 친구들이 함께한 여러 번의 자선공연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고마운 친구이자 프로듀서, 동료인 케이시가 세이수미를 도와주었다. 한국에서의 각종 공연들부터 5월 초에 있었던 영국 투어까지. 세이수미는 친구의 도움으로 영국 투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강세민의 병원비 모금을 위해 만든 일러스트 북 (출처_텀블벅)

강세민의 병원비 모금을 위해 만든 일러스트 북 (출처_텀블벅)

그리고 다시 돌아온 한국, 고향 부산. 새롭게 단장한 펍 썸데이(부산 금정구 장전동 416-1)에서 열린 세이수미 귀국 기념 콘서트를 보러 갔다.

이날의 공연은 오랜만에 세이수미의 친구 밴드인 3볼트, 지니어스와 함께 하는 공연이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공연을 하고 맥주를 마시며 친하게 지냈지만, 세이수미가 바빠진 이후로는 예전만큼 자주 보진 못해 말 그대로 정말 오랜만인 공연이었다.

세이수미가 영국에서 발매했던 앨범

세이수미가 영국에서 발매했던 앨범

무대 뒤에 깃발이 걸리고 3볼트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3볼트는 2천 년대부터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밴드를 해오던 완장(기타, 보컬)을 중심으로 창완(베이스 기타), 상민(드러머) 3명으로 꾸려진 팀이다.

크지 않은 키의 앙칼진 보컬, 거칠면서도 한편에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기타, 큰 키에 탄탄히 중심을 잡아주는 베이스, 박진감 넘치는 드럼. 마치 9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 너바나(Nirvana)의 트리뷰트(헌정) 팀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부드러움과 거친 소리가 오가며, 그 속에서 멜로디가 느껴지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그런 팀이다. 얼마 전 1집을 발매했고, 아직 오프라인 음반으로만 들을 수 있다.

대표곡 중 하나인 ‘다섯별’을 시작으로 여러 곡들이 연주되었다. 아쉽게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공연을 하고서 다음 팀에 무대를 넘겼다.

밴드 3볼트

밴드 3볼트

다음으로 올라온 팀은 지니어스. 솔로 뮤지션이기도 한 ‘중구천재’ 김일두(기타, 보컬)를 중심으로 외국인 친구들인 스티브 C(베이스, 보컬), 케이시(드럼, 보컬)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특이한 점이라면 스티브는 한국인처럼 보이지만 미국인이다. 케이시도 리청목이란 한국 이름이 있긴 하지만, 밴드의 의사소통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진행된다. 덕분에 한국인보다 부산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지니어스의 공연 일정은 한국어와 영어 2개국어로 올라온다.

밴드 지니어스

밴드 지니어스

첫 곡을 연주곡으로 시작했다가, 다음 곡에선 조금 시끄러워졌다. 그다음 곡이 끝나자 케이시가 부산 사투리로 말했다. “마이 시끄럽제?”

다음 곡은 ‘Until I`m 88 Years Old’라는, 88살까지 살고 싶다는 김일두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곡이었다. 곡을 시작하기에 앞서 멤버들은 패스트, 슬로우? 같은 대화를 하며 의견을 조율했고, 김일두는 ‘체킹 분위기’라는 말로 느린 곡을 하기로 결정지었다. 평소엔 시끄러운 밴드지만, 그날의 지니어스는 펍 안의 분위기처럼 마지막 곡을 제외하고는 조용하게 곡들을 연주했다.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세이수미의 공연. 1집 수록 곡인 to be wise를 시작으로, 앨범에 수록되어있는 곡부터 그렇지 않은 곡까지 여러 곡을 연달아 연주했다. 그 이후 나온 보컬 최수미의 소개 인사. “안녕하세요, 싸이수미입니다.”

영국에서 막 돌아온 것 처럼, 얼핏 들으면 지나칠 수도 있을 영국 악센트였다. 그리고 뒤에 걸린 깃발. 울산에서부터 세이수미를 보러 부산 록 페스티벌에 왔지만 공연 순서가 바뀌어 세이수미를 보지 못했다는 비운의 열성팬이 만들어 준 깃발이라고 했다.

밴드 세이수미. 무대에서 연주에 심취해 고개를 흔드는 멤버들이 인상깊었다.

밴드 세이수미. 무대에서 연주에 심취해 고개를 흔드는 멤버들이 인상깊었다.

이후 몇 곡이 더 연주되고, 밴드의 드러머인 세민이 케이시와 함께 하던 또 다른 밴드인 바비돌스의 노래를 연주했다. 그다음엔 지니어스의 노래인 ‘One Question’을 연주하고, 마지막 곡을 앞두고 멤버들이 조용히 입을 떼었다. 정말 고마운 친구인 케이시가 오늘이 마지막으로 도움을 주는 거라고. 무안함에 케이시는 “사장님 맥주 더 주세요!”를 외치기도 하고, 인사를 하러 나온 새 드러머에게 “임마 니 잘 해라”하는 식으로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다.

새로운 드러머는 스물여섯 살, 팀 평균 연령을 확 낮춰줄 뉴페이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힘들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드러머를 구하고 다시 활동을 재개하려는 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 명의 팬으로서 그 열정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한편으론 병원에 있을 세민의 빠른 쾌유를 바랄 뿐이었다.


친구한테는 돈 빌려주면 안 된다는 소리가 있다. 또 한편으론 친구와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소리도 있다. 친구란 관계가 편하기도 하지만 참 깨지기도 쉽고 조심스러운 관계라는 걸 보여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힘든 순간에 친구를 위해 병원비를 모아줄 뿐만 아니라 손수 한 몸 거들어준 친구들. 세이수미가 서울 레이블과 계약하며 전국을 돌아다니게 된 뒤로는 다소 뜸해진 듯싶었지만 예상치 못한 비극과 공백기에 그들은 더욱 돈독해진 것만 같았다. 나도 그런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자정이 가까웠지만 썸데이는 여전히 시끌벅적했고, 세이수미 멤버들과 친구들은 맥주 혹은 담배를 손에 든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예전엔 친구들이랑 밤새 술을 마시며 떠들기도 했었지. 나랑 자정 넘어서까지 함께 있었던 사람은 누구였더라, 그 친구들도 서른 넘어서까지 보고 지낼 줄 알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집으로 가는 막차가 도착했다.

 

세이수미

https://www.facebook.com/SaySueMe1

지니어스

https://www.facebook.com/GeniusRock

3볼트

https://www.facebook.com/3Vrock


----------------------------------------------------------
이 글의 원문은 여기 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