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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민

[재민의 리뷰] no.5. 번외편 – 리뷰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본문

지역 독립 음악/뷰직페이퍼 연재분

[재민의 리뷰] no.5. 번외편 – 리뷰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임재민_ 2018. 8. 13. 18:46

원문


번외편 – 리뷰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by 재민

 

0abrokenamp

리뷰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다녔던 공연 하나하나가 리뷰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리뷰를 쓸 수 없었던 공연들이 꽤 된다. 이번엔 외전 삼아서 그 공연들에 대한 자투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앰프 고장

 

3월 10일. 베이스먼트에서 공연이 있었다. 이날은 보수동쿨러, 소음발광, 88이 공연했고 각 밴드들은 신곡을 발표하기로 되어있었다. 88은 멤버 한 명이 빠져 MR로 대체했고 당시 세 명의 멤버밖에 없었던 소음발광은 세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멤버가 없는 것만큼이나 큰 문제가 생겼다. 기타 앰프가 죽어버렸다.

예전에 합주실에서 합주를 하다가 밴드 멤버 하나가 전원도 안 끄고 선을 뽑아 파지직 소리를 내며 앰프가 급사하는 걸 눈앞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그날 베이스먼트의 앰프는 전염병에 걸린 것 마냥 서서히 죽었다. 소리가 죽어가다 마치 피를 토하듯 비명을 지르며 앰프는 수명을 다했고, 들었다 옮기고 전원선을 만져주면 잠시 살아나는 듯하다가 다시 죽었다. 결국 소음발광 차례 중반부터는 제대로 된 공연을 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리뷰를 적을 수 없었다.

 

인종차별

 

부산 내 외국인 팬이 많은 세이수미 공연을 보러 갔는데, 너무 오래간만에 보는 공연인지라 영상을 찍고 싶었다.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무릎 뒤를 가격했다. 뒤를 돌아보니 여름인데 머리에 올백으로 기름을 바르고 문양이 새겨진 두꺼운 긴팔 카우보이 셔츠를 입은 백인 남성 두 명이 나를 쳐다보며 낄낄대고 있었다. 정황상 그들의 짓이 확실했다.

신경 끄고 다시 공연을 보려니 이번에도 무릎 뒤를 가격 당했고 저번 게 중고등학생 장난이었다면 이번 건 더 세게 쳐서 넘어질 뻔했다. 째려보니 여전히 그들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할 수 없이 그들을 피해 앞으로 갔다. 그러니 그들은 갑자기 음악과는 아무 상관없는 내용을 드럼 소리보다 더 크게 내리 몇 분을 떠들어댔다. 영상은 당연히 찍지 못했고 앵콜곡마저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인종차별을 당했단 이야기와 공연장에서 안 좋은 일을 당했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들었지만 내가 그 피해자가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물론 대부분의 부산 펍에 오는 외국인들은 공연과 술을 즐기러 오는 이들일 뿐이고,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주변 사람에게만 이야기하기엔 지나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서 적었다.

 

못 본 것 같은 손님

 

1월에 있었던 기획공연. 밴드 매거스는 그날 출연한 5팀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날 못 본 것 같은 손님들이 있었다. 서울에서 매거스 공연을 보러 온 여성분들이었다. 7~8명은 되는 듯 보였다.

보통 부산에서 서울 팀을 보러 여행을 겸해 원정을 가거나 서울 팀이 오면 생전 안 가던 공연장을 찾아오는 게 대부분인데, 이 분들은 그 반대였다. 심지어 어떤 분은 매거스의 음악에 맞춰 웨이브 댄스(???)를 추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뒷풀이에서도 못 본 것 같은 손님을 만났다. 서울 인디밴드들을 좋아하는데 하도 안 와서 부산 인디밴드들을 찾아듣고 공연장에 왔다는 분이었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음악이 좋아서 공연장을 찾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 했다. 여전히 공연장에 오는진 모르겠지만, 부디 부산 인디밴드들이 취향에 맞았으면 좋겠다.

 

로컬스럽다

 

아는 동생과 함께 땐싱누들의 공연을 봤다. 땐싱누들을 처음 본 동생이 말하길, “형 저 밴드 진짜로 로컬스럽네요” 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서 생각해봤다. 로컬스럽다는, 지역 음악의 기준은 뭘까. 지역 이름이나 특산물을 언급해야할까, 지리적 특성에 맞는 음악 장르를 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뭔가 동네에서 보거나 같이 맥주 한 잔 하러가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음악을 해야 하는걸까.

모두 다 지역 음악의 구성요소 중 하나겠지만, 결국 사람이 음악의 첫 번째 구성요소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있어야 지역도 존재한다, 고로 지역에서 사람으로서 사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 말이다.

밴드를 하고싶은 나도, 고된 노동을 하는 나도, 치킨을 먹고 싶은 나도, 이 지역에서 사는 사람이다. 내가 곧 지역이다. 그래서 혹자에겐 지나치게 소소하고 솔직할수도 있는 땐싱누들의 노래가 지역성을 획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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